#2025. 09. 10

이사를 했다. 집을 정리하면서 싱숭생숭했고 빈 방을 보면서 싱숭생숭했다. 따지고보면, 고작 이주밖에 안있었는데, 싶기도 하고, 내가 이삼일 머물렀던 숙소도 오래오래 기억하던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방을 정리하면서, 이 집을 그리워하게될까? 속으로 여러번 되물었다. 거기 정말 좋았는데, 하고 생각하게 되는 장소가 될까. 이토록 오래 집을 나선, 첫 발을 뗀 장소로, 오래 기억하게될까? 뭔가 아쉬워서 영상으로 남겼다. 마음이 내내 싱숭생숭했다. 짐을 다 싸고, 집을 나서려고 할때, 비가 무지막지하게 내려서 또 그랬다. 가지 말라는 말일까? 생각하면서. 세상 만물에 지금 나를 대입하는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면서도 그런다. 같이 집을 공유했던 친구와는 포옹을 나누었는데, 로지와 루나와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나온 것 같아서 아쉽기도하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을 가지고 발걸음을 떼었는데….

짐 옮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싱숭생숭한 마음 따위 다 까먹어버렸다. 싱숭생숭? 그런것도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나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어제보다는 조금 편했지만, 그래도, 울면서 짐 옮겼다(과장). 짐을 옮기고도 문제였다. 이것저것 정리해야할 게 너무 많았다. 아무도 살지 않다가, 갑자기 셋이 살게된 방이라 그런가, 생각할 것이 많고 들여둘 것도 많았다. 이게 맞나? 생각하면서 정리하고, 뭐, 괜찮겠지 생각하면서 밀어넣었다. 캐리어 채로 둘까 고민하다가 캐리어를 펴둘 장소가 없어서 짐을 다 풀었다.

일 층 내려갔다가 하우스키퍼랑 수다 떨었다. 수다 떨었다? 이야기를 들어줬다? 암튼. 이거저거 팁을 많이 줬다. 아일랜드에 온 이래로 내내 슈퍼발류에서 장을 봤었는데 — 가까운 가게가 거기밖에 없었다 — 거기 비싸다고, 다른데 가라고 말해주고, 했다. 뭐 살라면 어디가고, 뭐 하고싶으면 어디가고, 뭐는 어디가 싸고, 그런거 다 말해줬는데 반은 이해하고 반의 반은 하나도 이해못하고 나머지 반의 반은 까먹었다. 필요할 때 다시 물어볼 수 있으니까. 주변에 말하기를 좋아하는 어른이 있다는 건 좋은 일 같다. 짐을 정리하면서, 내가 ‘엄마!’ 하고 부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나왔다고 느꼈다. 그리고 하우스 키퍼의 쏟아지는 정보를 주워담고 올라와서, 이렇게 커가는 건가? 생각했다. 다시 한국에 갔을 때, 했던 것처럼 엄마를 불러대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자라버리는 것 같아서. 내가 자라는 내 모습을 볼 기회를, 엄마한테서 뺏어버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금, 너무 빠르게 자라고 싶어했던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금. 장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멍청해. 이상해. 답도 없어. 아무래도 싱숭생숭해서 그런 것 같다. 어서 일을 구해야만.

어제까지, 아니 오늘 점심까지 오지게 냉털을 해서 남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장을 다시 봤다. 40유로 안으로 한달치 식재료를 모두 사겠다는 지대한 다짐 하에 다녀왔다. 35유로 썼다. 근데 살거 많이 남았다….^^계획 실패. 아무래도 안살라고 했던 고기류를 좀 담아서 그런 것 같다. 아니 닭다리가 엄청 싸던데요? 찜닭이 너무 먹고 싶은데, 다리만 저정도 가격이면 해볼만 할지도? 해서 냅다 담았다. 좋아하는 소세지 하나 담고… 암튼 뭐 이것저것 샀다. 내일은 물이랑 불닭소스랑(아무래도 이쪽이 가성비인거같음) 밥이랑 기타 여성용품 사야한다. 여성용품 사면 오지게쟁여와야지.

뭐랄까 타임라인이 전혀 정리 안되는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침

점심

이동

아시아마트

저녁

마트

^동선이 이랬다.

이동. 에서 힘을 너무 써서 도저히 저녁을 만들어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오기 전에 깐 ‘too good to go’에서 피자 시켜서 먹었다. 저게 뭐냐면… 내가 짬처리 해주는거다. 반값? 정도의 가격으로 남을 것 같은 음식을 파는 거다. 피자 한조각 먹었는데, 꽤나 포만감이 있었다. 종류가 상관없다면, 꽤나 유용한 것 같다. 이것저것 봤는데 롤링도넛!!도 있었다. 꼭. 꼭. 다음번엔 꼭. 저걸로 시켜 먹으리다. 아? 근데 시켜?먹는건 아닌 것 같기도. 주문하고 내가 정해진 시간안에 찾으러 가면된다. 휴대폰 보여주면 주섬주섬 남은 음식 준다. 내일도 쓰기엔, 좀 그렇고. 오늘은 도저히 외식을 해야하겠는 날에 써야디. 오늘의 피자 한조각이 맥도날드 치즈버거 보다 쌋다. 저녁외식이 팔천원이라니. 아일랜드에서 이건 기함할 일이다.

암튼, 마트에서 다시 싱숭생숭했고, 돌아오는 길에도 싱숭생숭했다. 이미 외운 동네를 벗어나서, 새로 외워야하는 동네로 왔다는 것이. 그리고 여기도 외우고 나면 떠나겠지, 하는 것이. 짐이 무거웠는데, 덜 무거웠나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약간 눈물날 것 같구.. 이런저런 생각들구.. 집가자마자 일기써야지..ㅠㅠ 했는데 집오자마자 김은하와허휘수 영상보면서 깔깔 웃었다. 내가 이렇게 회복탄력성 상타치 여성이라니. 마쉬멜로우와 유튜브만 있으면 삼초만에 행복해질 수 있는 여성이라니.

너무 웃어서, 일기 못쓰겠는데? 싶어져서, 자우림노래를 틀었더니, 눈물이 났다. 회복탄력성 상타치 여성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같다.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뇌를 이해하며.. 큰 변화가 있고 나서, 적응하기 전에도 계속 작은 변화가 몰아치는게 역시 삶인듯하다.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언제 뭐가 이렇게 많이 변해버렸지. 나는 왜 또 한걸음 나아갔을까.

오늘은 시를 쓰는 상상을 했다. 머리 속으로 시를 쓰고 나면 다 날라가고 문장이 남는다. 그게 슬프다. 이하는 휴대폰으로 쓴다.

라고 하고 접었는데 쓸라고 하고 못쓴거 우다다다 생각나서 조금 더 써야겠음.

  1. 오늘 이주동안 먹은 생수병(3개+1) 통에 넣고 슈퍼발류 1유로짜리 쿠폰? 받았다. 내일 밥 사러 갈건데 밥 그걸로 살거임. 생수병을 브랜드별로 다 받는듯하다. 앞으로는 하우스키퍼가 추천해준 곳(브랜드명머라읽어야댈지모르겟서염)에 넣어야지.